이지원 작가는 오랫동안 ‘이상향’에 대한 질문을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탐구해왔다. 
초기 작업에서 보여주던 감정의 온기와 사랑이 깃든 개인적 유토피아는 점차 그 근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며, 인간의 기억과 감정의 원형에 접근하는 시적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와 같이 작가가 그려내는 유토피아는 모든 경계가 사라진 ‘근원’ 그 자체다. 
작가는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자연을 가상의 세계로 불러온다. 작가의 자연은 낯설게 구성된 장면과 상징을 통해 내면의 풍경을 드러내는 하나의 설화적 공간이다. 현재의 시공간에서 잊혀졌던 존재들은 작가가 올린 물감을 통해 ‘지금-여기’로 소환되며, 일종의 시간 실험과 같이 보이는 이 작업은 이미지 안에 존재하는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감각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근원에 대한 사고를 이끌어 낸다. 이 낯선 자연의 세계 속에서 작가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나’라는 존재의 실재를 마주하고, 관람자 또한 그 여정을 따라가며 내면을 비추게 된다. 
‘초연’한 태도는 자신이 만든 세계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나와 다른 것 그리고 낯선 세계를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불확실성 앞에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일종의 요새에 숨어 스스로를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작가는 방어적 태도가 진정한 자유와 치유를 방해한다고 지적하며, 자연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자신의 실재와 마주하는 과정을 그림을 통해 제시한다. 
초연함은 작가가 정의한 유토피아로도 연결될 것이며, 작가의 유토피아는 완벽한 이상향보다는 열린 마음의 상태와 같이 해석된다. 기술 문명 속에서 인간이 쌓아온 경계들을 해체하고, 다시 자연과 감정의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이지원 작가의 작업은 회화가 감각과 사유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글 | 김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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