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작가가 그려내는 풍경은 대상보다 관조의 장면에 가깝다. ‘완전한 세계는 바깥이 아닌 내면에 존재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이 장면들은 특정한 사건이나 서사를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겹겹이 쌓인 색과 층위를 이루는 물성이 구성하는 화면 속에서 시선이 머무르고 흐르며, 보는 이는 자연스럽게 풍경 속의 여정으로 몰입하게 된다. 그렇게 이어지는 시선의 움직임을 따라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우리는 그 장면과 조용히 겹쳐진다.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이 되면, 깊이 펼쳐진 자연 속에 작게 놓인 인간의 모습을 보며 잠시 스스로를 둘러싼 감정과 집착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다. 그리고 이 거리감은 세계를 보다 또렷하게 보게 되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림 안에 위치한 인물들은 어떠한 행위를 수행하기보다 세계와 함께 놓여 있다. 이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면서도 변화하는 외부 세계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존재하는가‘이며, 이를 통해 작가는 모두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 | 김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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